세계 최초 지하철은 증기기관차였다? 출근길 열차의 뜻밖의 시작

초기 런던 지하철의 증기기관차와 벽돌 터널을 표현한 삽화
초기 런던 지하철의 증기 운행을 표현한 삽화. 기관차 원형 사진 참고: The Basingstoker, CC BY-SA 2.0. 새 편집 삽화.

출근길 지하철을 타면 열차는 전기의 힘으로 터널을 달립니다. 그런데 그 공간에서 석탄을 태우는 증기기관차가 객차를 끌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연기는 어디로 나갔을지부터 궁금해집니다.

세계 최초의 지하 여객철도인 런던 메트로폴리탄 철도는 1863년 문을 열었고, 처음에는 증기기관차로 운행했습니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전기 열차와 깊은 터널은 지하철의 시작부터 한꺼번에 갖춰진 모습이 아니었어요.

도시의 길은 이미 붐볐고, 사람들은 이동해야 했습니다. 지하철의 역사는 그 문제를 해결하면서 건설 방식과 동력을 바꿔 온 과정입니다.

목차

땅속으로 들어간 것은 증기기관차였습니다

런던 메트로폴리탄 철도는 1863년 1월 10일 일반 승객에게 개방됐습니다. 패딩턴에서 킹스크로스를 거쳐 패링던 스트리트로 이어지는 노선이었습니다.

오늘의 전동차가 아니라 증기기관차가 나무로 만든 객차를 끌었습니다. 증기기관차는 연료를 태워 물을 끓이고, 그 증기의 힘으로 바퀴를 움직이는 기계입니다. 철도를 도시 아래로 옮겼다고 해서 당시의 동력까지 곧바로 달라진 것은 아니었어요.

런던교통박물관에 보존된 메트로폴리탄 증기기관차 23호의 보일러와 굴뚝
1866년 제작된 메트로폴리탄 증기기관차 23호의 박물관 전시 모습. 사진: The Basingstoker, CC BY-SA 2.0, 원본 무수정.

사진은 런던교통박물관에 보존된 메트로폴리탄 철도의 증기기관차 23호입니다. 1866년에 제작된 차량으로, 초기 지하철에 증기기관차가 쓰였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원통형 보일러와 굴뚝을 보면, 우리가 지금 타는 지하철의 모습과 크게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 차량은 개통 당일의 열차를 찍은 사진이 아니라, 이후에 제작돼 오랫동안 사용된 기관차의 박물관 전시 모습입니다.

지하철이 처음부터 전기로 움직이는 열차였을 것이라는 생각은, 지금의 익숙함을 과거에 그대로 대입한 셈입니다.

왜 복잡한 도시에서 굳이 땅을 팠을까요?

19세기 런던에는 여러 철도가 들어왔지만, 주요 기차역 사이를 편리하게 연결하는 철도는 부족했습니다. 도시로 들어온 사람이 목적지까지 가려면 다시 혼잡한 거리로 나와야 했습니다.

인구가 빠르게 늘면서 도로의 교통도 붐볐습니다. 철도를 도시 안으로 연결하되, 이미 많은 이동이 일어나는 도로와 다른 공간을 이용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죠.

오늘의 출근길에 빗대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버스가 달리는 도로가 막혀도, 그 아래에 별도의 철도가 있으면 사람들은 다른 통로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런던의 초기 지하철 역시 거리의 혼잡을 피해 도시 안을 이동할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하지만 ‘땅속에 철도를 놓자’는 생각과 실제 공사는 별개의 문제였습니다. 열차가 지나갈 공간뿐 아니라 역과 선로, 지붕까지 만들어야 했습니다.

처음부터 깊은 터널을 뚫은 것은 아닙니다

초기 노선의 상당 부분에는 땅을 위에서 파고, 철도가 들어갈 공간을 만든 뒤 지붕을 덮는 방식이 쓰였습니다. 영어로 ‘컷 앤드 커버’, 우리말로는 개착식 공법이라고 부릅니다.

큰 굴착 공간과 아치형 터널이 함께 보이는 메트로폴리탄 철도 건설 기록화
킹스크로스 근처 메트로폴리탄 철도 건설을 그린 1861년 기록화. Percy William Justyne / Wikimedia Commons, 퍼블릭 도메인.

1861년 건설 기록화에는 킹스크로스 근처의 큰 굴착 공간과 일부 완성된 아치형 터널이 함께 보입니다. 이미 지하철이 달리는 장면이 아니라, 도시의 표면을 열어 그 아래에 철도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이렇게 만든 초기 철도는 오늘날 떠올리는 깊은 지하의 원통형 터널과 달랐습니다. 도로 가까이에 철도 공간을 만든 뒤 다시 덮는 방식이라, 공사 중에는 거리와 주변 생활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후속 노선 건설에서도 거리가 공사장으로 바뀌고 주택이 철거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완공 뒤의 편리함만 보면 놓치기 쉬운, 도시와 주민이 치른 비용입니다.

런던 지하철의 두 모습초기의 얕은 지하철이후 등장한 깊은 튜브 철도
대표적인 시작1863년 메트로폴리탄 철도1890년 시티 앤드 사우스 런던 철도
건설 방식상당 부분을 위에서 파고 덮었습니다.지하에서 터널을 뚫었습니다.
개통 당시 동력증기기관차전기기관차

‘지하철’이라는 한 단어 안에도 깊이와 건설 방법이 다른 철도가 들어 있는 것입니다.

터널 안의 연기는 어떻게 달라졌을까요?

증기기관차가 지하를 달리면, 연료를 태울 때 발생한 연기와 가스가 문제였습니다. 환기구가 있어도 초기 터널의 공기를 쾌적하게 유지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많은 사람은 도로의 혼잡을 피할 수 있는 새 철도를 이용했습니다. 이동의 편리함을 얻었지만, 지하 공간에서의 운행은 또 다른 기술적 문제를 드러냈습니다.

중요한 변화는 전기로 움직이는 철도였습니다. 1890년 문을 연 시티 앤드 사우스 런던 철도는 깊은 튜브 터널에서 전기기관차를 사용했습니다.

런던교통박물관에 전시된 시티 앤드 사우스 런던 철도의 초기 전기기관차
시티 앤드 사우스 런던 철도 전기기관차의 박물관 전시 모습. 사진: The Basingstoker, CC BY-SA 2.0, 원본 무수정.

사진은 이 철도의 전기기관차가 박물관에 전시된 모습입니다. 앞서 본 증기기관차와 달리, 전기로 움직이는 초기 차량의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오늘의 전동차와 똑같은 모습은 아니지만 동력의 변화가 드러납니다.

전기기관차는 차량 안에서 연료를 태워 물을 끓일 필요가 없습니다. 전기를 공급받아 움직이는 방식은 지하에서 증기기관차를 운행할 때의 연기 문제를 바꾸는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다만 새 전기 노선의 개통과 기존 증기 노선의 전기화는 서로 다른 변화입니다. 메트로폴리탄 철도에는 1905년 전기가 도입됐습니다. 1890년에 런던의 모든 열차가 한꺼번에 전기로 바뀐 것은 아니에요.

출근길 지하철에는 여러 시대의 답이 겹쳐 있습니다

우리는 지하철을 하나의 완성된 교통수단처럼 이용합니다. 역으로 내려가고, 열차를 타고, 다른 노선으로 갈아탑니다. 하지만 그 익숙한 모습은 처음부터 한 번에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도시 안에 별도의 이동 통로를 마련하는 일, 거리 아래에 철도 공간을 만드는 일, 지하에서 사용할 동력을 바꾸는 일이 시간을 두고 이어졌습니다.

처음의 증기 지하철은 도로 혼잡을 피하는 길을 열었고, 동시에 터널 안의 공기라는 문제를 남겼습니다. 이후 전기 운행과 새로운 터널 건설은 지하철의 모습을 다시 바꿨습니다.

다음에 지하철을 타면 열차가 달리는 공간과 움직이는 힘을 함께 떠올려보세요. 오늘의 출근길은 철도를 땅속에 넣는 아이디어에, 그 공간을 더 잘 이용하려는 기술이 오랫동안 더해진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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