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덩케르크》에는 바다를 건너 병사들을 데리러 가는 작은 민간 선박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영국에는 해군과 커다란 군함이 있었어요. 한 번에 더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는 배를 두고, 왜 어선과 유람선까지 불러야 했을까요?
덩케르크의 해변은 바다 쪽으로 완만하게 낮아져 큰 배가 해안 가까이 접근하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작은 배는 얕은 물에서 병사를 태워 바깥쪽의 큰 배로 옮겼고, 일부는 직접 영국까지 건너갔어요. 큰 배와 작은 배가 맡은 구간이 달랐던 겁니다.
다만 여기서 ‘작은 배들이 대부분의 병사를 직접 영국으로 구했다’고 생각하면 실제 작전과는 차이가 생깁니다. 덩케르크 철수 작전에는 해변 외에, 훨씬 많은 병사가 빠져나온 또 하나의 통로가 있었어요.
작품의 인물과 해변·바다의 분위기는 Warner Bros. 공식 예고편에서 볼 수 있습니다. 예고편의 개봉 안내는 당시 홍보 정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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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케르크 실화는 어떤 사건일까요?
덩케르크는 프랑스 북부의 항구도시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40년 5월, 독일군에 밀린 영국군과 연합군 병력이 이 일대의 해안으로 몰렸어요. 육지에서 계속 싸우는 것만으로는 포위를 벗어나기 어려워졌고, 바다를 통해 병력을 빼내야 했습니다.
영국이 추진한 대규모 철수의 암호명이 다이나모 작전(Operation Dynamo)이에요. 작전은 1940년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이어졌고, 33만 8천 명이 넘는 병력이 영국으로 철수했습니다. 지휘는 해협 건너 영국 도버성의 지하 시설에서 버트럼 램지 부제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어요.
2017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는 이 역사적 철수를 바탕으로 합니다. 육지의 일주일, 바다의 하루, 공중의 한 시간이라는 서로 다른 시간 범위를 엮는 구성이라, 화면이 바뀌어도 모든 사건이 같은 속도로 흐르는 것은 아니에요.
영화를 볼 때 기억하면 좋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왜 병사들이 바닷가까지 왔는데도 곧바로 배에 타지 못했을까?’ 탈출할 바다가 눈앞에 있다는 것과, 실제로 승선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였어요.
큰 군함은 왜 해변 가까이 가지 못했을까요?
배의 물에 잠긴 깊이를 흘수라고 합니다. 배 아래가 바닥에 닿지 않으려면 그보다 충분히 깊은 물이 필요해요. 사람을 많이 태울 수 있는 큰 배도, 해안에 접근하지 못하면 기다리는 병사를 곧바로 태울 수 없습니다.
덩케르크의 모래 해변은 해안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갑자기 깊어지는 형태가 아니었어요. 완만하게 이어지는 얕은 바다 때문에 큰 군함은 바깥쪽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해변에 선 사람과 큰 배 사이에, 육지도 아니고 큰 배가 다닐 바다도 아닌 구간이 생긴 셈이에요.
항구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면 부두에 배를 대고 사람을 태울 수 있었겠지만, 주요 부두도 독일군의 공격으로 사용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해변과 대형 선박을 연결할 방법이 절실했어요.
이때 흘수가 얕은 작은 배가 역할을 했습니다. 해변에서 작은 배에 타고, 바깥쪽의 큰 배로 옮겨 탄 뒤, 영국으로 건너가는 방식이에요. 모든 병사가 이 순서로 이동한 것은 아니지만, 왜 작은 배가 필요했는지 이해하는 핵심 구조입니다.
큰 배의 수용 능력과 작은 배의 접근 능력이 서로를 보완했어요. 작은 배가 한 번에 태울 수 있는 사람이 적다는 약점은 있었지만, 큰 배가 닿지 못하는 곳에서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실제 작은 배는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사진 속 나무배는 영국 제국전쟁박물관(IWM)이 소장한 탬진(Tamzine)입니다. 영화의 소품이 아니라 덩케르크 철수에 동원됐던 실제 어선이에요. 사진은 1940년 작전 당시가 아닌, 2023년 박물관에서 촬영한 모습입니다.
IWM의 전시 해설은 탬진이 얕은 해변에서 병사들을 큰 선박으로 나르는 데 쓰였다고 설명합니다. 사진의 낮고 작은 선체를 보면 ‘구조선’이라는 말에서 곧바로 거대한 배만 떠올려서는 당시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런 민간 선박들은 보통 리틀 십스(Little Ships)라고 불립니다. 어선만 있었던 것은 아니에요. 개인 소유 요트, 소형 동력선, 유람선, 구명정과 바지선 등 서로 다른 용도의 배가 모였습니다.
실제 구조 과정도 단순한 왕복 운항보다 복잡했습니다. 영국 왕립해상구조협회(RNLI)가 소개한 램즈게이트 구조대의 사례에서는 작은 작업선으로 해변의 병사를 태우고, 구명정을 거쳐 더 바깥의 선박으로 옮겼어요. 파도가 거세져 노를 젓기 어려워지자, 작은 배를 바람에 밀려 해안으로 보내고 밧줄로 다시 당기는 방법도 썼습니다.
마게이트 구조대는 해안에서 병사를 태워 네덜란드 바지선으로 옮겼고, 그 배가 차자 구축함 HMS 이카루스로 나르기도 했어요. ‘작은 배가 병사를 구했다’는 한 문장 안에는 이렇게 여러 선박을 잇는 작업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더 많은 병사는 방파제로 나왔습니다
영화의 해변 장면만 기억하면, 철수한 병사 모두가 물속에 줄을 서서 작은 배를 기다렸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는 항구 동쪽의 방파제, 이스트 몰(East Mole)도 중요한 승선 통로였어요. 몰은 바다로 길게 뻗은 방파제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해변에서는 큰 배가 가까이 올 수 없었지만, 바다로 뻗어 있는 구조물을 이용하면 병사들이 더 깊은 물 쪽으로 걸어갈 수 있었습니다. 작은 배가 사람을 바깥으로 나르는 방법과, 사람이 구조물을 따라 바깥으로 이동하는 방법이 함께 쓰인 거예요.
English Heritage가 제시하는 철수 경로별 인원은 다음과 같습니다.
| 병력이 빠져나온 경로 | 인원 |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 |
|---|---|---|
| 방파제 경유 | 239,465명 | 약 71% |
| 해변 경유 | 98,761명 | 약 29% |
| 합계 | 338,226명 | 100% |
비율은 위 인원으로 계산해 반올림했습니다. 이 표는 작은 배와 큰 배의 구조 실적을 서로 나눈 표가 아닙니다. 해변에서 작은 배를 타고 큰 선박으로 옮겨 간 병사도 있으므로, 해변 경유 인원을 ‘민간 선박이 단독으로 영국까지 실어 나른 인원’으로 읽으면 안 돼요.
작은 배들의 역할은 분명 중요했습니다. 동시에 전체 철수의 규모를 이해하려면 방파제와 해군 구축함, 소해함, 징발된 상선의 반복 운항도 함께 봐야 합니다. 감동적인 작은 배의 이야기가 큰 수송 체계를 가리게 해서는 당시의 구조 방식이 보이지 않아요.
민간 선박이면 선장도 모두 민간인이었을까요?
또 하나 구분할 것은 배의 소유자와 실제 운항한 사람입니다. 민간 선박이 동원됐다고 해서 모든 배를 주인이 직접 몰고 간 것은 아니에요. Historic England는 많은 배가 징발됐고, 리틀 십스의 상당수가 영국 해군 인원에 의해 운항됐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민간 구조대의 참여도 있었습니다. RNLI는 19척의 구명정과 두 지역의 RNLI 구조대가 작전에 참여했다고 기록해요. 19척 모두 평소의 민간 구조대가 그대로 타고 갔다고 이해하면 달라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배가 몇 척 동원됐는지와 어떤 사람들이 운항했는지는 따로 확인해야 하는 이유예요.
영화 속 민간인의 용기와 선택은 이 역사를 가까이 느끼게 해줍니다. 다만 한 척의 배가 보여주는 이야기를 전체 선단의 공통된 모습으로 넓혀서는 곤란해요. 실제 작전에는 해군, 상선 선원, 어민과 민간 자원자 등 여러 집단이 서로 다른 역할로 얽혀 있었습니다.
덩케르크 철수는 전장에서 독일군을 물리친 승리는 아니었습니다. 병력을 살려 귀환시키는 동안 많은 중장비를 남겨야 했고, 철수 과정 자체도 공격과 손실 속에서 이루어졌어요. 그래서 이 사건의 의미는 ‘작은 배가 큰 군함보다 뛰어났다’는 결론보다, 각기 다른 배와 승선 통로를 연결해 고립된 병력을 빼낸 일에 가깝습니다.
영화를 다시 본다면 해변에 선 병사와 작은 배, 바깥쪽의 큰 배, 길게 뻗은 방파제를 따로 살펴보세요. 바다를 건너는 일만큼이나, 해안에서 배에 오르는 구간을 해결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더 선명하게 보일 거예요.
같은 놀런 감독의 작품에서 역사적 배경이 궁금하다면, 영화 《오디세이》의 바탕인 트로이 전쟁과 오디세우스 이야기는 어디까지 역사인지도 이어서 읽어볼 수 있어요.
참고 자료: English Heritage 다이나모 작전 해설, Historic England 철수 작전과 선박 운항 인력, IWM 제2차 세계대전 전시 해설·탬진, RNLI 램즈게이트·마게이트 구조 사례, RNLI 참여 선박과 구조대, British Council 영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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