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드위치 유래, 음식 이름이 백작의 작위였다?

샌드위치 음식과 백작의 작위를 연결한 제목 이미지
귀족의 작위와 현대 샌드위치를 연결한 개념 이미지입니다. 문양은 장식용입니다. AI 생성.

달걀 샌드위치, 햄 샌드위치, 채소가 듬뿍 든 샌드위치. 속재료는 달라도 빵 사이에 음식을 넣으면 익숙한 한 끼가 됩니다. 샌드위치 뜻은 보통 빵 두 조각 사이에 고기·채소·달걀 등을 넣어 만든 음식입니다.

그런데 샌드위치 유래를 따라가면 영국 귀족의 작위를 만나게 됩니다. 음식 이름의 주인공은 18세기의 존 몬태규, 제4대 샌드위치 백작입니다. 그의 성이 샌드위치였던 것은 아닙니다.

여기에 “도박을 멈추기 싫어서 빵 사이에 고기를 끼워 먹었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따라붙습니다. 하지만 이름의 유래와 그가 음식을 처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얼마나 같은 근거를 갖고 있을까요?

목차

샌드위치 유래에 등장하는 백작은 누구일까?

존 몬태규(John Montagu, 1718~1792)는 영국의 정치인이었습니다. 해군 행정을 이끄는 제1해군경을 여러 차례 맡았고, 탐험가 제임스 쿡의 항해를 후원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를 부르는 ‘제4대 샌드위치 백작’에서 백작은 귀족의 지위를 뜻합니다. 앞에 붙은 샌드위치는 작위의 이름입니다. 존은 이름, 몬태규는 성, 샌드위치 백작은 작위라고 나누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토머스 게인즈버러가 그린 제4대 샌드위치 백작 존 몬태규의 초상
토머스 게인즈버러, 존 몬태규 초상, 1783년. National Maritime Museum, Greenwich Hospital Collection, BHC3009. Public domain (PD-Art). 자료 원본

음식의 영어 이름 sandwich는 이 백작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어원 항목과 영국 왕립 그리니치 박물관의 인물 해설도 그를 이름의 주인공으로 소개합니다. 우리가 식사 메뉴를 주문할 때 귀족의 작위 이름을 말하는 셈입니다.

다만 “이름이 그에게서 나왔다”는 설명이 곧 “그가 인류 최초로 빵과 고기를 함께 먹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음식 이름이 생긴 역사와 먹는 방식이 생긴 역사는 서로 다른 질문입니다.

도박을 멈추기 싫어서 처음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백작이 카드놀이를 계속하고 싶어 했고, 식사 때문에 자리를 뜨지 않으려고 빵 사이에 고기를 넣어 먹었다는 것입니다. 손으로 고기를 직접 만지거나 나이프와 포크를 쓰는 수고를 줄일 수 있다는 설명도 따라붙습니다.

이 일화의 근거로 자주 거론되는 것은 프랑스 여행 작가 피에르장 그로슬리의 1770년 여행기 《런던》입니다. 이 기록에는 한 장관이 도박에 몰두하면서 빵 사이에 쇠고기를 넣어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그 대목에서 몬태규의 이름을 직접 밝히지는 않습니다. 누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음식을 만들어 주었는지까지 확인할 수 있는 조리 기록도 아닙니다. 백작이 직접 만들었다거나, 하인이 쇠약해진 백작을 위해 새 요리를 발명했다는 상세 장면을 확정할 근거로 삼기는 어렵습니다.

영국 왕립 그리니치 박물관은 다른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오랜 시간 해군 행정 업무를 보면서 책상에서 간단히 먹었을 가능성이 도박 일화보다 더 높다는 해석입니다. 그렇다고 “실제로 업무 중에 처음 먹었다”는 장면이 확인됐다고 바꿔 말해서도 안 됩니다.

카드놀이 중 식사 일화와 업무 중 식사설을 나란히 비교한 삽화
도박 일화와 업무 중 식사설을 비교한 개념 삽화입니다. 최초 식사 장면을 확정해 재현한 것이 아닙니다. AI 생성.

여기서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세 가지입니다. 음식 이름은 백작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도박 이야기는 후대에 반복된 일화입니다. 책상에서 먹었다는 설명은 다른 역사적 해석입니다. 이름의 주인공을 안다고 해서 탄생 순간의 행동까지 모두 아는 것은 아닙니다.

1762년 기록이 보여 주는 것과 보여 주지 않는 것

샌드위치라는 단어는 1762년 역사학자 에드워드 기번의 일기에도 등장합니다. 런던의 코코아 트리에서 사람들이 고기나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을 적은 기록입니다.

이 기록으로 알 수 있는 것은 당시 런던의 사교 공간에서 ‘샌드위치’라는 이름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기번은 한 음식을 처음 발명하는 순간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먹고 있던 음식을 언급했습니다.

그래서 1762년을 “최초의 샌드위치를 만든 해”라고 곧바로 읽으면 안 됩니다. 확인된 단어 사용 시점은 이름의 역사에 대한 단서이고, 조리법의 발명일과는 다릅니다.

빵과 다른 음식을 함께 먹거나, 납작한 빵에 속재료를 감싸 먹는 방식은 그보다 오래전부터 여러 문화에 있었습니다. 다만 이런 음식들을 전부 오늘날의 샌드위치와 똑같다고 부르거나, 하나가 곧바로 다른 하나로 이어졌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샌드위치 백작에게 연결된 것은 익숙한 영어 이름의 유래입니다. 빵과 속재료를 함께 먹는 모든 방식의 기원을 한 사람에게 돌리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늘날에는 백작보다 빵 사이의 속재료를 떠올립니다

“점심으로 달걀 샌드위치를 먹었다”라고 하면 누구도 귀족의 식사나 도박 장면을 먼저 떠올리지는 않습니다. 빵 사이에 어떤 재료가 들어 있는지 생각합니다. 햄·치즈·달걀·채소처럼 속재료에 따라 이름도 달라집니다.

빵 사이에 베이컨 상추 토마토를 넣은 현대 BLT 샌드위치
현대 BLT 샌드위치의 예시. Kjetil Ree, 2012년 12월. Wikimedia Commons, CC0. 공개본 사용. 자료 원본

영어에서는 한 장의 빵 위에 재료를 올린 오픈 샌드위치도 sandwich의 뜻에 포함됩니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식빵 두 장짜리 모습이 이 단어의 모든 범위는 아닌 것입니다.

또 “샌드위치처럼 끼였다”는 말은 음식을 가리키는 표현이 아닙니다. 가운데 재료가 양쪽 빵 사이에 들어가 있는 모습을 빌려, 두 대상 사이에 끼인 상태를 설명하는 비유입니다. 음식의 구조를 알면 이런 쓰임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연결된 이름이 일상어가 된 사례가 궁금하다면 보이콧 뜻과 유래, 원래는 한 남자의 성이었다?도 함께 읽어 보세요. 보이콧은 성이 행동을 가리키는 말로, 샌드위치는 작위의 이름이 음식을 가리키는 말로 남았습니다.

샌드위치의 유래를 기억할 때는 ‘백작에게서 나온 이름’과 ‘확정하기 어려운 도박 일화’를 나누면 좋습니다. 오늘 우리가 먹는 간편한 한 끼에는 실존 인물의 작위와,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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