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몇 편을 봤더니 비슷한 영상이 계속 나타납니다. 이럴 때 ‘알고리즘이 추천해 줬다’고 말하지요. 컴퓨터 속에서 태어난 말처럼 들리지만, 알고리즘이라는 이름의 뿌리는 9세기 바그다드에서 활동한 수학자 알콰리즈미에게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어떤 문제를 풀거나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계산 가능한 절차를 뜻합니다. 영상 추천은 그 절차를 활용하는 한 사례입니다. 그렇다면 한 수학자의 이름은 어떻게 사람을 가리키는 말에서 문제를 푸는 방법의 이름으로 바뀌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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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보다 먼저, 계산법을 설명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알콰리즈미의 긴 이름은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입니다. 그는 9세기 이슬람 세계의 중심 도시였던 바그다드에서 활동하며 수학과 천문학 등을 연구했습니다. 당시 바그다드는 아바스 왕조의 수도로, 여러 지역의 학문을 받아들이고 연구하던 곳이었습니다.
이름의 ‘알콰리즈미’는 중앙아시아의 콰레즘이라는 지역과 연결된 표현입니다. 다만 그 이름만으로 정확한 출생지를 확정할 수는 없습니다. 확실하게 활동을 확인할 수 있는 무대는 바그다드입니다.
그가 남긴 저술 가운데에는 인도에서 발전한 숫자와 자릿값을 이용해 계산하는 방법을 설명한 책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새로운 모양의 숫자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 숫자로 덧셈과 뺄셈 같은 계산을 어떻게 하는지 방법을 전한 것입니다.
우리가 쓰는 209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2는 백의 자리, 0은 십의 자리, 9는 일의 자리에 놓입니다. 같은 2라도 어디에 놓이느냐에 따라 값이 달라지고, 0은 비어 있는 자리를 드러냅니다. 숫자의 모양과 함께 이런 체계와 계산 규칙을 알아야 실제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알콰리즈미가 이 숫자들을 처음 발명한 것은 아닙니다. 인도에서 발전한 계산 지식을 아랍어로 정리해 전한 학자였습니다. 이후 그의 저술이 다른 언어로 옮겨지면서, 계산하는 방법과 저자의 이름이 함께 이동합니다.
‘알콰리즈미가 말했다’에서 계산법의 이름으로
이름이 바뀌는 연결고리는 중세의 라틴어 문헌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알콰리즈미의 산술 저술은 12세기에 라틴어로 번역·개작됐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랍어 이름을 라틴 문자로 옮긴 여러 표기가 등장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서관의 라틴어 필사본을 활자로 옮겨 출판한 1857년 간행본의 첫머리에는 ‘Dixit algoritmi’, 곧 ‘알콰리즈미가 말했다’라는 뜻의 말이 보입니다. 지금의 단어와 닮은 ‘algoritmi’가 처음에는 계산법의 이름이 아니라 사람을 가리키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저자의 이름이 붙은 글을 통해 숫자를 다루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저자의 이름과 그가 설명한 계산법이 긴밀하게 연결되면서, 중세 라틴어의 ‘algorismus’는 인도·아라비아 숫자를 이용한 계산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됩니다. 사람 이름이 그 사람의 저술을 거쳐 계산 방식의 이름이 된 셈입니다.
여기서 오늘날 영어 ‘algorithm’으로 이어집니다. 원래 한 사람을 가리키던 이름이 계산 규칙을 가리키는 말이 되고, 지금은 다양한 문제 해결 절차를 나타내는 용어로 쓰이는 것입니다. 한 번의 명명이나 한 권의 책만으로 완성된 변화라기보다, 번역과 사용을 거치며 형태와 뜻이 달라진 과정입니다.
자료를 볼 때 구분할 점도 있습니다. 이 산술 저술의 아랍어 원문은 현재 전하지 않고, 남아 있는 라틴어 문헌도 원문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 아니라 번역·개작된 전승입니다. 사진 속 글은 알콰리즈미가 직접 쓴 9세기 원고가 아니라, 중세에 라틴어로 전해진 문헌을 19세기에 활자로 간행한 자료입니다.
숫자를 적는 것과 계산 절차를 아는 것은 다릅니다
알고리즘의 유래가 흥미로운 이유는 이름만 바뀌어서가 아닙니다. 숫자라는 재료를 아는 것에서, 그 재료를 다루는 순서를 익히는 것으로 관심이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높이가 다른 책 세 권을 낮은 순서로 세우는 상황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눈대중으로 옮길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같은 일을 맡기려면 ‘남은 책 중 가장 낮은 책을 골라 왼쪽 빈자리에 놓고, 책이 없어질 때까지 반복한다’처럼 절차를 정해 줄 수 있습니다.

이 예에서는 책 세 권이 다루는 대상이고, 낮은 책부터 골라 놓는 순서가 방법이며, 높이순으로 선 책이 결과입니다. 알고리즘은 이렇게 무엇을 어떤 순서와 규칙으로 처리할지를 구체적으로 정한다는 점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책 정리는 뜻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이고, 알콰리즈미가 책을 이런 방식으로 정리했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이름의 유래와 방법의 발명도 구분됩니다. 수를 다루는 절차는 알콰리즈미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그의 이름이 용어의 뿌리가 됐다고 해서 인류의 모든 계산 절차를 그가 처음 만들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추천 영상 속 ‘알고리즘’은 그중 한 가지 쓰임입니다
오늘날에는 ‘알고리즘을 타고 이 영상을 봤다’처럼 추천 시스템을 가리켜 말하는 일이 익숙합니다. 유튜브는 시청 기록, 검색 기록, 좋아요와 ‘관심 없음’ 같은 신호를 추천에 활용한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정보를 바탕으로 어떤 콘텐츠를 보여 줄지 처리하는 과정에 여러 계산 절차가 쓰입니다.
그래서 알고리즘을 ‘내 취향을 알아맞히는 인공지능’과 같은 뜻으로만 이해하면 범위가 좁아집니다. 책을 정렬하는 방법도, 수를 계산하는 방법도 알고리즘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추천 시스템은 오늘날 우리가 자주 만나는 쓰임이고, 그 말 전체의 뜻을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기술 용어의 낯익은 이름에 다른 시대의 이야기가 담긴 사례로는 로봇의 뜻과 유래도 있습니다. 알고리즘이 산술서를 쓴 학자의 이름으로 이어진다면, 로봇은 희곡 속 인공 노동자의 이름에서 출발합니다.
지금은 화면 뒤에서 작동하는 복잡한 기술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지만, 그 이름을 따라가면 숫자로 계산하는 법을 설명한 책과 만납니다. ‘알콰리즈미가 말했다’라는 문헌 속 저자의 이름은, 이제 어떤 순서로 문제를 풀 것인가를 묻는 말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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